초파일 사흘후.
매해 다니는 마포 석불암.
세월이 흘러 십년이 넘어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얼굴을 찾아
고개를 들어 본다.
어른거리는 촛불 넘어
얼핏 보이는 모습.
암이 퍼져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도
나만 보면 애써 웃던 여인이었다.
이절을 한달이면 서너번 다니시는
시엄니 쫓아 다니던 여인이었다.
이제는 아미타부처님 가호 속에
극락전 한쪽 명부를 올린 여인.
뜨거워진 두눈을 꼭 감고
아린 입술을 움직여 염호한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 ...
○○○ ○○○ ○○○
18년전 신록은 싱그럽고
온갖 꽃들이 만개해
산과 들은 상춘객들로 북적이던 그 때,
나는 세상에서 젤 아픈 사람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의식을 잃어가는 아내에게
어찌 할 방도가 없던 무력한 지아비..
그렇게 영정을 들고 이 절에 왔다.
오래 전부터 어머니가 다니시던 절이라
거의 아는 스님들이었는데..
아흔 둘,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도
이 절을 다니신지 오래 되시었고
어머니 년배의 노스님들도 열반하시니..
이제는 1년에 한번 정도
다니는 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