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방

처녀 엄마~

신록1 2007. 3. 24. 01:06

한 아이를 품고 잤습니다.

어찌나 울어대며 몸을 뻗댕기는지 꺼이꺼이 쉰 목소리가
애처로워 넓디넓은 가슴에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물렸던 젖병이 다 비었는지 잠시 숨을 가쁘게 몰아쉬더니
그~윽 트림한번 하고 이내 쌕쌕거리며 잠이 듭니다.

그 방의 엄마가 살며시 받아안고 말을 합니다.

<샘님...이 아이들은 엄마 찌찌를 모르나봐요.
우리는 다 커서도 가끔 엄마 찌찌 만지며 즐거워 했는데..

이 어린 것들은 안아주면 좋아하고 울다가도 금방 그치지만
엄마 가슴을 파고들줄을 몰라요...

가끔 우리들이 그 녀석들 작은 손을 끌어당겨 우리들 가슴에 갖다
대주면 그냥 슬그머니 빼던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만지지도 않고....

아무래도 엄마 찌찌에 대한 기억이 없나봐요...
그래서 쬐금 이상하기도 하고 안스런 마음도 들구요..>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대개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헤어져
이곳에 온 경우가 많은데 병원이든 아님 그 어느 곳의 시설에서든
그 많은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엄마의 가슴을 느끼게 해 줄수가 있었을까?

아이들을 안고 재우면서
아이들에게 젖병을 물리면서
아이들이 울고 보챌 때 달래며

우리들은 그저 우리의 가슴에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대줍니다.
하지만, 대개 그러는 선생들은 결혼한 엄마 선생들은 아닙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처녀 선생이 그러지요.
그런 모습 보고 내가 한 마디 안 거들 수가 있겠습니까?

당신 처녀 맞아? ㅎㅎ~
스스럼없이 젖가슴에 아이들의 손을 갖대대주며 엄마 찌찌를
알게 해주는 그 젊은 선생의 마음이 어찌나 이쁘고 고운지...

나는 이렇게 한 마디 불쑥 하고는 쏜살같이 도망치듯이 방을 나옵니다.
어김없이 날아오는 베게세례와 내게로 달려드는 젊은 선생을 피하여..

그 고사리손이 엄마의 찌찌를 간지르며 쓰다듬고 만지며 느낄 때까지
우리의 젊은 처녀 엄마는 오늘도 아이들을 가슴에 안고 따뜻한
찌찌를 내줄 것입니다.

그 녀석....결국 오늘 아침 병원에 갔습니다.
밤 새 빽빽거리며 울더니 열도 오르고 목에 가래도 그렁거리고 으이구...그 젊은 처녀엄마는 보온병에 우유타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겠지요.

<오늘 너~ 병원갈 때는 물컹한 할머니 찌찌만지고 가라...ㅎㅎ~>
그런 말..겉으로 누구나 들을 수 없지만 저는 그 엄마 눈을 보면 압니다.

이 꼬맹이들이 엄마 찌찌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뜻한 품 안에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원한 샘물인 젖줄임을!

어제 어버이 날을 보내면서 부모님께 전화안부도 드리지 못한 저는..
아이들이 이쁘게 만들어준 색종이 카네이션에 마냥 행복했습니다.

여백.  2003.05.09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