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1 2007. 7. 17. 16:03
  
초가을 
             최명란
지리산 뱀사골 졸참나무 아래 
풍욕하는 한 사내가 태(太)자로 누워 있다 
맨몸을 낙엽 깔린 땅에 바싹 붙이고 
하늘 향해 사지를 척 벌리고 드러누워 있다 
아버지가 임종 전까지 꼭 쥐고 계시던 거 
오줌 호스를 끼우기 위해 간호사가 건드릴 때마다 
어설픈 한손으로 가리기를 먼저 하시던 거 
그 늙은 소년의 수줍음이 
거기 그 졸참나무 아래 솟아 있어 
산다는 건 결국 사타구니에 점 하나 찍는 일 
점이 무너지면 대(大)자로 뻗어버리는 일 
깨벗고 꽈당 드러눕기만 하면 꼿꼿이 일어서는 
풍욕도 도를 넘으면 성욕이 되는 건가 
단단히 점 하나 콕 찍고 누웠다가도 
낙엽 하나 툭 떨어지다 건드리면 
태(太)자는 대(大)자가 되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