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대관령 (능경봉,고루포기)

신록1 2008. 1. 8. 22:55


세상을 살다보면
한 겨울, 하늘이 깨질만큼 청명한 날씨에 
코끝을 쌩하고 스치는 매콤한 겨울바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재작년 선자령에서
대관령을 넘나드는 그 콧끝이 쏴한 바람을 익히 알기에
자꾸 감기는 눈동자를 비비며 집을 나섰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머릿속의 그 바람의 실체와 마주치는 순간,
적응되지 않은 자연의 위세에 
여직의 생각을 일순 후회하게 했다.

하지만 얼굴이 얼얼하도록 부딪치는  바람줄기는
요즘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가슴 한켠에 쌓여 있을 법한 
응어리들을 한숨에 날려버릴 만큼 상쾌하였다.

흐린하늘과 강한바람 그리고  날리는 먼지로 
시야는 막혀  있었으나 잎 떨군 은빛 나무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들어나는 능선들이 거친호흡을 잠깐씩 고르게 한다.
능경봉을 지나 거친 바람에 적응 될 무렵의 점심식사는
포만감이 얼만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느끼게했다.
베낭에 메고 왔던 것을 배안에 넣고 난 후의 산행은 
잠시 전의 탐식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한다.
더구나 그 길이 가파른 오르막의 경우는 구도자의 고행을 능가할만 하다.

산은 콧대 센 여인처럼 헤프지 않을 만큼의 숨가뿜과 고통을 우리에게 강요한 후
눈 덮힌 능선의 낭만 길을 통해 흘린 땀을 보상하며 정상을 허락한다.

직각에 가까울 정도의 가파른 내리막과 계곡길 하산은 
안전에 위험은 있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착한 코스이다.
벌써 어두워진 겨울해의 조도에 버스에 오르는 발걸음이 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