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항로...
뒷모습
신록1
2010. 6. 22. 13:41
The Woman the Roses 1929,Marc Chagall
뒷모습 이규리
어떤 스님이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 두어 근 사들고 비닐봉지 흔들며 간다. 스님의 뒷목이 발그럼하다 . 바지 바깥으로 생리혈 비친 때처럼 무안한 건 나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 분홍색 몸을 가진 것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만났을까? 속세라는 석쇠 위에서 몇 차례 돌아누울 붉은 살들 누구에겐가, 한 끼 허벅진 식사라도 된다면 기름냄새 피울 저 물컹한 부위는 나에게도 있다. 뒷모습은 남의 것이라지만, 너무 참혹할까 봐 뒤에 두었겠지만, 누군가 내 뒷모습 본다면 역시 분홍색으로 읽을 것이다. 해답은 뒤에 있다. 하얀 얼굴, 반듯한 옷 매무새, 정렬된 걸음걸이의 인간. 그러나 평생 먹고 배설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는 생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