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쥑이는 날씨..좋은 휴일입니다.
한 번쯤 비가 더 내리면 이제 겨울은 저만큼 물러가고
성큼 다가온 봄 기운에 더욱 나른해지겠지요.
원래 점심메뉴는 자장면.
매월 셋째주에 자장면을 후원해 주시는 단체가 있는데
2월에는 사정이 생겨 안 오신다는 연락이 와서
오늘 점심은 참치김치찌개였습니다.
게눈 감추듯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고 방으로 올라오는데
문 뒤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동욱이 : 지금 할머니 없어..빨리 가 보자.
준원이 : 안돼..할머니 무서워..혼나~
동욱이 : 괜찮아, 할머니 밥 늦게 먹구 올라와~
준원이 : 그래두 안돼..할머니 소리지르면 엄마가 울어~
으~~~~~~~~
두 넘의 꼬맹이가 문 뒤에 서서 뭔가 작당을 하고 있었습니다.
되돌아 갔다가 잠시후에 살금거리고 다시 와 보니..
크~~~~~~~~
어제 우리의 쌀랑하는 남직원들을 협박하고 반 강탈하다시피
수거해온 초코렛을 그 넘들이 넘보고 있던 것이었던 것이었죠 ㅎㅎ~
그래두 그 넘들 주머니에 섭섭치 않게 넣어 주었건만
이 넘들 성에 안찼던지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네요.
내 모습을 샛별이가 먼저 발견하고 하.하.할머니다~ 하니까
돌아보는 두 넘들..하이고 그 표정, 천만금을 줘도 못보죠!
이걸 어떻게 하나...곰곰히 생각하며 두 넘을 쳐다보니까
그 중에 한 살 더 먹은 동욱이란 넘..
동욱이 : 할머니, 왜 빨리 왔어요?
할머니 : 그래, 한 그릇 덜 먹구 와서 미안타!
준원이 : 할머니. 사탕 먹으면 이가 아프지요~
할머니 : ???
준원이 : 할머니는 그래서 이가 아프지요~
할머니 : 띠~~옹..
동욱이 : 할머니, 또 밥 먹으러 갈거지요~
할머니 : 꼬~~당!
한 넘은 이 아픈 할머니를 지혜롭게 이용하고
한 넘은 먹성 좋은 할머니 부끄럽게 이용하고
이 넘들아..
내가 혼자 먹을려고 꼬불쳐논 줄 아냐?
두고두고 너그들 줄려고 그런거지?
내가 그딴 여자로 보이냐??
준원이,동욱이 말끄러미 쳐다보며 결정타 한 방 날리네요..
<할머니...그딴 여자가 모예요???>
하하하하...졌다 졌어..이 넘들 때문에
비상식량 초코렛 몽땅 날려도 너무 기분좋게 웃음이 나왔습니당!!
이 넘들..
준원이, 동욱이..지난 금요일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 받고 왔습니다.
여늬 아이들과는 다르게 입소된 넘들.
겉으로는 장애아로 보이지 않아 지능검사와 신체검사 등등...하고 왔습니다.
만 5세와 6세인 이 넘들..검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제 우리 곁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장애아들의 시설로 보내야 때가 가까워 오니
키우던 엄마들의 마음이 갈래갈래 찢어지나 봅니다.
아이들도 뭔 눈치를 채고 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댑니다
뭘 대수롭지도 않은 일에 짜증내고 심통부립니다.
너무 갓난아이라 들어올 때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심장이 약해 얼굴이 늘 파리하고 숨소리 고르지 못했던 넘..
그랬던 넘들이 걷고 뛰고 일을 저지르고 유치원에 다니며
온갖 재롱에 아이키우는 재미 듬뿍 맛보여주던 이 넘들이
떠나고 나면...분명 그 자리는 다시 채워지겠지만
어디에서건 이 넘들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빠르면 2월 안으로 다른 시설로 보내질 수 있다는데...
어디서건 이넘들 외톨이 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절대 너희들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 너희들과의 지낸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마....이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쳐다보는데...
이 넘들..다시 한번 물어 보네요..
할머니..할머니는 그딴 여자 아니지요오오오~~~
헉! 무섭당!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정곡을 찌릅니다.
세월이 지나 바쁜 생활에 동동거리다보면
어느 새 지 넘들 다 잊을 줄 알고나 있듯이 나를 채근합니다..
할머니이~~~~~~~~~~~ 할머니는 그딴 여자 아니지요???
물론!...나는 그딴 여자 아니란다~
오늘 오후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 앉습니다.
함께 올려진 사진 중에 준원이란 넘과 샛별이가 있지요.
이 녀석들..어디로 가든 내가 너희들을 어찌 잊을 수가 있단 말이냐..
이 넘들 주머니에 듬뿍 넣어준 사탕 한 개 꺼내어 와작거려 봅니다.
달콤한 사탕에서 왜 이리도 쓴 물이 배어나오는 걸까요?
영문 모르는 지나가는 샘들 한 마디 거듭니다.
샘님...밥 한 그릇 덜 먹지 말구 그 단 것 좀 입에서 빼내세요 ㅋㅋㅋ..
내가 미칩니다 진짜로~~~~~~~~~~~ 미치겠습니다용!!
여백. 날짜 : 2004.02.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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