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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글"
얼마를 더 살면
여름을 떼어다가 가을에 붙여도 아프지 않은
흰구름 같은 무심을 배우랴
내 잠시 눈빛 주면 웃는 꽃들과
잠 깨어 이마 빛내는 돌들 곁에서
지금은 햇빛이 댕기보다 곱던 꽃들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돌아가는 시간
絶緣 의 아름다움을 나는 여기서 본다
짐을 내려놓아라,
이제 물의 몸이 잠시 쉬어야 한다
나를 따라오느라 발이여 너 고생했다
내일 나는 너에게 새 구두를 사주지 않으리
너는 육신의 명령을 거역한 일 없으므로
그러나 나는 가야 한다,
한 번의 가을도 거짓으로꽃피운 일 없는 들을 지나
작은 물줄기가 흐름을 시작하는 산을 지나
아직도 정신의 열대인 내 가혹한 시간 속으로
나는 가야 한다
내 발 닿은 길 지상의 한 뼘밖에 안 돼
배추벌레 기어간 葉脈에 불과해도
내 불러야 할 즈믄 개의 이름들과 목숨들을 위해
藥든 가슴으로 가야 한다
얼마를 더 가면 제 잎을 잘라 가슴에 꽂아도
소리하지 않는 풀들의 무심을 배우랴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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