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사흘째다.
이틀째 곡기를 끊으셨다.
탈수를 염려한 의사친구 요양병원이라도 모시란다.
십여년을 치매로 고생하셨던 94세 울엄니
지난 봄부터 누워계셨다.
여름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치료의 의미를 두지 말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11월 중순에 얘기다.
들것에 실려 집을 나서는 순간
크게 놀라시며 호흡이 가빠지셨다.
도착한 병원에서 준비하시란 얘기를 듣고
형제들을 부르고..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의식없는 엄니는 거친 숨만 몰아 쉬신다.
그 사흘, 엄니와의 시간.
엄니와의 육십오년 세월..
어디 한구석 잘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효,불효를 따질 계제도 아니다.
막내 외아들이
엄니에게 준 것은 가슴 메어지는 일뿐이었다.
그 날 새벽
수없이 읊조리는 말은
''미안해요, 잘못했어요.''하는 늦은 사과뿐.
마지막 숨을 몰아 쉬시던 그 새벽.
엄니는 평생 불효만 한 자식의 가슴에서 숨을 멎으셨다.
세상의 모든 영욕을 버리시고 떠나신
엄니를 이젠 나도 보내드려야겠다.
지워지지 않을 불효의 아픔은
그날 새벽 엄니를 품었던
가슴 깊은 곳에 묻어놓고..
엄니와 약속한 다시 만날 그 때를 기약하며..
2018년 11월 18일 새벽 6시 30분
타계하신 울엄마 유명자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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