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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로 본 산하기행

신록1 2006. 12. 9. 13:30
[영기로 본 산하기행(13)] 팔공산(3)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웅지를 키운 곳
팔공산 석굴서 기도하며 신의 계시 받아... 무예 연마하던 바위 등 영기(靈氣)로 충만

팔공산(八公山·1193m)의 영기(靈氣)는 여전히 충만하다. 오히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 시절, 충천했던 영기만큼이나 강해진 상태다.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조차 영기를 뿜어내고 있을 정도다. “돌에 든 미륵을 목격했다”는 영기 예민한 이가 적지 않고, 인간의 생로병사 길흉화복을 귀띔하는 신비로운 돌도 있다. 신(神)이 깃든 돌이다. 팔공산 갓바위 인근 개울에서 발견돼 서울 인사동으로 옮겨진 3.3㎏ 남짓한 화산암과 퇴적암의 중간 성분으로 이뤄진 돌이다. ‘돌할머니’로 통하는 이 돌은 OX퀴즈 식으로 물음에 답한다. 속으로 소원을 말한 뒤 돌이 쉽게 들리면 그 소원은 터무니없는 소원이다. 반대로 옴짝달싹 안하면 그 소원은 이뤄진다.

팔공산의 ‘돌’들이 이토록 영험한 파장과 영적인 파동을 분출하는 배후에는 김유신(金庾信·595~673) 장군이 있다. 김유신은 팔공산, 그 중에서도 팔공산의 돌과 인연이 깊다. 15세에 화랑이 된 김유신은 17세 때 팔공산 석굴에서 간절하게 기도했다. 고구려가 신라를 강하게 압박할 무렵이었다. 김유신 영가(靈駕)는 “나라를 구할 지혜를 청하는 내 기도에 (팔)공산 신령이 응답했다”고 인정했다. “신의 계시가 삼국통일의 청사진이 됐다”는 고백이다. 현행 6-3-3 학제에서는 고교생까지 아이 취급을 받지만, 신라 시절 청소년의 사고력은 요즘의 철든 성인과 다를 바 없었다. 전인교육의 힘이었다.

김유신은 경주 충효동 소재 자신의 묘소(사적 21호)를 외면하고 있다. 자신의 음택(陰宅)이 아닌 탓이다. 김유신묘에 누워 있는 이는 신무왕(神武王)이다. 무열왕릉(武烈王陵) 동쪽의 김인문(金仁問)묘가 진짜 김유신묘다. 그래도 김해 김씨 화수회는 국가가 공인한 사적 21호 묘지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무관하다. 주소나 번지수는 인간에게나 유의할 따름이다.

▲ 절벽 위의 중앙암 돌구멍절.

김유신 영령은 경주의 무덤 대신 팔공산 장군봉 장군당을 즐겨 찾는다. 김유신사(祠), 효령사(孝靈祠) 등으로 불리는 자신의 사당에 머물며 당나라 장군 소정방(蘇定方), 귀화한 당나라 장수 이무의 혼령에게 팔공산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김유신을 ‘팔공산 산신(山神)’으로 받들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한 이유다. 자주 눈에 띄니 그리 짐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팔공산에서 고려의 장절공(壯節公) 신숭겸(申崇謙) 장군의 혼백을 감지한 사람이 장절공을 팔공산신으로 모시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김유신은 은해사골 중암암의 장군굴, 그 옆의 깊은 샘인 장군수, 건들바위, 삼인암, 만년송, 그리고 대구를 내려다보며 말(馬) 형상 바위에서 무예를 연마한 말머리바위 등을 잊지 못하고 있다. 몸은 떠났지만 1300여년 전과 유사한 팔공산 곳곳을 오르내리며 추억에 사로잡히곤 한다. 영혼에게 시간과 공간은 역시 무의미하다.

김유신이 불굴사 석굴을 가리키며 일러줬다. “바로 여기서 신령의 계시를 받았다”고. 신의 계시란 곧 삼국통일의 비결이다. 소년 김유신이 “적국이 무도해 이리와 범이 돼 영토를 침략하니 평안할 해가 없습니다. 하늘은 뜻을 내리셔서 제게 능력을 빌려주십시오”라고 기원했다. 기도 나흘째 되던 날, 노인이 나타났다.

“여기는 독충과 맹수가 많은 무서운 곳인데 귀소년이 혼자 거처하니 어쩐 일인가.”

김유신이 물었다. “어른께서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존명(尊名)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 만년송으로 가는 극락굴.
“일정한 거처없이 인연 따라 움직이는 난승(難勝)이다.”

“저는 신라인입니다. 국가의 원수를 보니 마음이 아프고 근심스러워 이곳에서 염원하고 있습니다. 제 정성을 굽어 살피셔서 방술(方術)을 가르쳐 주십시오.”

김유신은 그렇게 비법을 받았다. ‘조심하라. 함부로 전하지 말라. 의롭지 못한 일에 쓴다면 되레 재앙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난승(難勝)’은 ‘승리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노인의 모습으로 출현한 신은 김유신이 삼국을 통일할 가능성을 100%로 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불굴의 노력으로 난승을 완승(完勝)으로 돌려놓았음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김유신은 대구를 내려다보며 웅지를 키웠다. 대구의 특징은 의리와 신앙, 그리고 충절과 역동으로 요약 가능하다. 팔공산 불국(彿國) 미륵사상의 영향으로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현세에서도 성실히 복록을 쌓는 것이 대구 사람들의 캐릭터다. 역사는 배우는 게 아니다. 그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흘러가게 놔둬야 한다. 종교보다는 문화와 정서가 우선이다.

대구 비산동은 원래 평야였다. 옛날 어느 여인이 달천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서쪽에서 산(山)이 날아오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여인은 “아이고, 산이 나네”라고 비명 지르듯 외쳤다. 순간, 하늘을 날던 산은 수직강하했다. 그 자리가 바로 비산동이다. 당초 ‘날뫼’, 즉 ‘나는 산’이었던 것이 ‘비산(飛山)’이 된 것이다.

산은 양(陽)이고 달천은 음(陰)이다. 산이 냇물가로 주저앉은 것은 곧 성적 교합이다. 섹슈얼 인터코스(sexual intercourse)는 잉태 행위다. 출산은 풍요로 이어진다. 대구의 생명력을 암시하는 상징 설화다. 제2의 김유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용솟음치는 기운이기도 하다.

종교가 국민을 선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직은 공직이다. 영계(靈界)가 낙점한다. 영계가 비난하면 최고위직은 궐석이다. 형 같은 아우네 집에 자중지란이 일어난다. 창피해진 가장은 잠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뒤를 따라온 다크호스 세 마리가 가장의 바짓가랑이를 자꾸 잡고 매달린다. 선왕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이 왕 노릇을 하더니 이제는 세자를 책봉해가며 왕정을 공고히 하고 있다. 대통령의 자식이 대통령이 된다면 코리아는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현대판 왕국이 된다. 그런데 조지 부시의 아들 조지 W 부시도 대통령이다.

팔공산은 혈연이라는 최대 인연(因緣)을 매몰차게 자르지 못한다. 현대는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통신(IT)이 지배하는 전연(電緣)의 시대다. 다음 단계인 영연(靈緣)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팔공산은 김유신과 천하통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덕(德)’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스스로 만든 덕은 아니다. 인내로 살아온 덕이다. 화내지 말아야 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옳다. 일희일비, 파르르 떨어서는 안된다. 경청(敬聽)하되 경청(傾聽)해서도 안된다.

팔공산은 효충(孝忠)을 강조한다. 충효(忠孝)가 아니다. ‘효 다음에 충이어야 한다’고 몇 번씩이고 다짐을 받는다. 무기보다 무서운 것이 배고픔이라고도 한다. 팔공산은 아직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안개가 비산(飛散)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뱃(海)사람 둘이 떠났고, 산(山)사람도 떠난다. 가운뎃(中)사람이 오고 있다. 팔공산은 신라의 가운뎃산, 중악(中岳)이었다.

글·사진=차길진 영기연구가(www.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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