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항로...

폐허라는 것

신록1 2009. 12. 30. 00:49
    
     
    폐허라는 것 
                       이규리
    허물어진 마음도 저리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도 너의 폐허가 되고 싶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겐가 한 때
    폐허였다는 것, 또는
    폐허가 날 먹여살렸다는 것,
    어떤 기막힌 생이 분탕질한 폐허에 와서
    한판 놀고 가는 바람처럼
    내 놀이는
    지나간 흔적들 빠꼼히 들여다보는 
    쌈박한 도취 같은 것
    콜로세움은 폐허가 아니었고
    상처가 아니었고
    먼 훗날 아들의 아들, 손자의 손자가
    할애비의 놀이터를 구경하라고
    날 무딘 칼로 뚜껑을 썰어 연
    단
    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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