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라는 것
이규리
허물어진 마음도 저리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도 너의 폐허가 되고 싶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겐가 한 때
폐허였다는 것, 또는
폐허가 날 먹여살렸다는 것,
어떤 기막힌 생이 분탕질한 폐허에 와서
한판 놀고 가는 바람처럼
내 놀이는
지나간 흔적들 빠꼼히 들여다보는
쌈박한 도취 같은 것
콜로세움은 폐허가 아니었고
상처가 아니었고
먼 훗날 아들의 아들, 손자의 손자가
할애비의 놀이터를 구경하라고
날 무딘 칼로 뚜껑을 썰어 연
단
면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