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아이노꼬

신록1 2011. 1. 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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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노꼬"의 사전적 의미는 혼혈아쯤 되는 것 같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사람들이 서양인과 비슷하게 생긴 북해도 원주민인 Ainu족을 비하하여 부른 명칭이라한다. 어릴 때 내가 자란 영등포에는 6,25동란이 끝난 후 생겨난 베이붐1세대로 거리는 어린아이들 투성이었다. 미군부대도 많았었고 그 주변에는 얼굴이 희고 머리와 눈이 노란 혼혈아들도 많았었다. 그 당시 흰둥이고 노란둥이고 뒤섞여 놀다 보면 다툼이 생기는데, 그땐 또래보다 체격은 크지만 소수인 "아이노꼬"들이 놀림을 당하곤 하였다. 그 때 얼굴이 희고 머리와 눈이 노랗고, 굵은 쌍까풀까지 있는 나도 그 틈에 낄 때가 많았었다. 동네나 학교아이들은 우리가족을 잘 알기에 놀리지 않았으나, 딴동네 아이들.. 아니 같은 동네 아이들도 속이 뒤틀리면 "아이노꼬"를 외치곤 하였다. 그 때 "아이노꼬"라는 말 속엔 미군과 성매매를 통해 태어난 아이, 우리와 피가 다른 존재라서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받는 모멸감은 참기어려워서 기를 쓰고 쫓아가 화풀이를 해야만 했었다 엄마, 아버지,누님들 모두가 백프로 국산인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억울함에 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아이들에게 받는 상처는 그렇다치고 어른들로 부터도.. "생긴 건 잘 생겼지만 너도 팔자가.." 뒤꼭지에 대고 서슴없이 퍼붙는 말들.. 국민학교 2학년땐 새로 부임하신 여교감 선생님까지 교무실로 불러 놓고 "엄마야? 아버지야?" 그 땐 밖에 나가면 늘 의식해야 할 타인의 시선 때문에 부자연스런 생활을 했어야 했다. 중학교쯤 다닐 때부터 그런 말들에 상처입지 않았었고 생활도 자연스러워졌다. 요즘 혼혈아들이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활발하게 할동하는 것을 보면 혼혈아도 아니면서 비슷하게 생긴 죄? 땜에 놀림 받던 때와 격세지감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 어릴 때 그 많던 혼혈아들이 입었을 상처와 아픔을 가슴 깊게 느껴본다. 단일민족을 자랑 삼던 우리나라도 요즘 global 어쩌고 하면서 외지인들이 많아지고 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아이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와 외모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입지 않도록 사랑과 배려로 이 땅에 잘 적응하게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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