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괄약근을 혹사한 산행

신록1 2011. 1. 19. 14:08

   7,8년쯤 되었을 것 같네요.
   토욜 간단하게 한잔이 길어져서 12시를 넘기고..
   담날 도봉산 산행약속을 깜박 잊은 것입니다.
   보통 남자들이 과음을 하면 
   다음날 화장실과 무쟈게 친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경우가 과한 편입니다.
   담날, 곧 있을 산행을 염두에 두고 
   새벽부터 화장실에 진을 치고 한시간 넘게 짜고 짜냈습니다,
   그 스트레스와 고통이란 출산의 고통과 버금갈 것이란 생각을 해가며..
   (여성분들에겐 죄송합니다, 감히 숭고한 출산에 비교해서..ㅎ)
   그리고 조금은 개운해진 몸으로 도봉산으로 GO~
   그런데..
   산 초입 부터 괄약근에 힘이 들어가던군요.
   가파른 언덕 길에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결국엔 일행중 한사람을 조용히 붙잡고,
   충무공의 "나의 죽음을.."식으로
   "나,나..너무  급혀 딴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그냥 올라가..
    빨리 일보고 부지런히 쫓아갈게..코스는 걱정말엇!!"
   후다다닥!
   그런데..
   그 놈의 도봉산은 왜 그리 등산로가 많은건지..
   바짓줌을 붙잡고 등산로를 이탈하고 겨우 한숨을 쉬려하면 
   히히호호 아줌씨들의 목소리..
   도대체 아줌씨들은 정해진 등산로를 왜 이탈하는건지..
   결국엔 바위 절벽을 뛰어 내리고..
   경사가 급해 다람쥐도 오르기 힘든 절벽끝에 안착.
   굵은 나무뿌리 두손으로 움켜줘고 부들부들 떨며 인고의 괄약근을 해방시켰습니다.
   순간,동공이 확 열릴 만큼의 그 환회..환회 맞습니다.ㅎ
   잠시 후 회심의 미소와 함께 바지깃을 올리고 올려 본 바위절벽!
   그 곳은 3미터가 훨 넘는 절벽이었습니다.
   저는 잠시 전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었던 것입니다.
   팔꿈치,무릎팍 다 깨져가며 겨우 등산로로 진입하고,
   땀 서너말 흘릴만큼 뛰어서 일행들을 보니 
   "대한국민 만세!"를 부를 만큼 반가웠었습니다.
   나를 보며 귀까지 입을 찢어대는 모습엔 빈정이 상했지만..ㅎ
   "여러분 산행 전에 반드시 화장실 확인하고 확인하는 거 아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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