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중순. 청송 냇가에서 친구들과 마음을 헤쳐풀고 가무에 먹고,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대구로 가서 새벽까지 우정을 나누었다. 그 우정이라는게 술이 없으면 영.. 술먹은 다음 날 화장실과 친하게 지내는 많은 술꾼들 처럼 새벽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부지런한 대구친구 찾아 와 빨리 아침 먹고 팔공산 갓바위로 가자고 조른다. 찌푸퉁한 몸에 등산은 무리라 사양하는데, 길이 좋아져 차로 다 올라가고 주차장에서 갓바위 까지는 한300미터 정도라며 옷깃을 잡아끈다. 그래,300미터 라는데.. 그런데 후덕지근한 더위에 300미터를 댓번은 더 올라도 아직 계단이고, 계단을 오르면서 슬슬 힘이 들어가던 괄약근은 분출을 위해 초읽기를 하고 있었다. 엄홍길의 발걸음을 능가하는 속도로 산을 오르며 "화장실!"을 울부짖는 나에게 점방의 젊은 보살님이 나긋하게 웃으며 "해우소"를 손짓해준다. 아,해우소! 들어서자 말자 폭풍같은 분출을 끝내고.. 말 그대로 걱정과 근심을 끝내준다는 곳이라는데에 동의를 하며, 마지막 미심한 부분을 마져 해결하려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괴로움! 한 여름에 1킬로도 넘는 산을 거의 뛰어 올라 주저앉은 꽉 막힌 재래식 화장실의 그 냄새와 그 더위와, 그리고.. 배나온 사람 들에게 쪼그려 앉는 자세가 무쟈게 심한 형벌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뒤로 자빠지려는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려 쭈구리고 쪼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엉덩이를 힘껏 들어올리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뒤로 벌렁 자빠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며.. 그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밖으로 나온 순간, 난 계단에 널부러져 해탈의 의미를 어느정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