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꽁트(펌글)

백조와 백수 이야기 4탄

신록1 2006. 10. 1. 02:40
 
♠백수♠ 

오늘 친구 녀석의 집들이다. 
젠장, 그런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기양 잘 다녀 왔다고 밖에서 술이나 한 잔 사면 되지. 
뭔 놈의 집들이람. 
이젠 얄팍한 퇴직금도 다 떨어져 간다. 
뭘 사야 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동네 문방구에 가서 포장지를 사왔다. 
그리고 며칠 전 이모가 써보라고 갖다준 
주방용 세제를 이쁘게 포장했다. 
모...아직 한번도 안 쓴 거니까...^^; 
인터넷을 뒤적거려 포장하는 방법대로 따라하니까 
그런대로 완벽했다.^^a 
어머니가 안 계신 틈을 타 잽싸게 집 밖으로 들고 뛰었다. 
어머니...용서하소서...돈 벌어서 갚아 드리겠슴다... ㅜ.ㅜ 
근데 그 웬수도 오겠지? 
지난 번에 엄청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던데... 
괜한 짓을 한거 같애서 말도 못 붙이고 걍 헤어졌다. 
아무래도 날 양아치로 볼 거 같다.-.- 
제발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으면... 
근데... 쫌 보고 싶긴 하다...^^; 
 
♡백조♡ 

집들이를 도와 준다고 일찍부터 와 있으니까 
친구가 살다가 별 일 다 본다. 
내일은 해가 안 뜰지도 모를 것 같다나... -.- 
부침개 주걱으로 내려칠까 하다가 꾹 참고 한 번 씩~ 웃어줬다. 

지난 번에 놈과 별 이야기도 못하고 헤어져서 좀 아쉬웠다. 
다행이었다.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니...^^* 
근데 이 웬수는 지난 번에 그러고 나더니 
밥 먹을 때도 그렇고 집에 갈 때도 통 말이 없었다. 
빙신... 
연락처라도 함 물어보면 못 이기는 척 가르쳐 줄라 했더니... 
하여간 쫌 좋아지려 하면 염장을 지른다니까... 
대충 지지고 볶고 시킬거 시키고 했더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근데 친구가 맛을 보더니 넌 음식도 잘 하는 애가 
왜 시집도 못 가냐고 핀잔을 줬다. 
순간 뒷목이 뻣뻣해 지며 야채를 썰던 칼끝이 부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아....하지만 오늘은 무조건 참기로 했다. 
친구들이 먼저 오고 쫌 있으니까 
신랑 친구들도 한 두 사람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 백수가 나타나질 않는다. 
내 음식 솜씨를 보여줄라 그랬는데... ㅠ.ㅠ 
음냐음냐 하며 우걱우걱 잘도 먹어 치우는 인간들이 얄미웠다. 
이 인간은 신랑 친구들이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다. 
우쒸...나타나기만 해 봐라!! 
 
 
♠백수♠ 

4호선을 타고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시간은 한 시간이 넘게 지났고 서울역 이었다. 
이상하다 하며 멀뚱멀뚱 생각해보니 
종착역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충무로를 지나친 것 같았다.ㅜ.ㅜ 
아무래도 노니까 몸까지 맛이 가는 것 같다. 
진동으로 해놓고 잠든 핸드폰에 받지 않은 전화가 다섯 통 이었다. 
쒸...ㅜ.ㅜ 
가믄 맛 있능거는 먼저 온 인간들이 
다 먹었겠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역시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는 술자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대충 술을 밥삼아 남은 음식들을 주워 삼켰다. 
재수씨 음식 솜씨가 제법이었다. 
"재수씨 이 찌개 죽이는데요~"했더니 
옆에 있던 그 백조가 열라 꼴아봤다. 
참...성격도 이상한 여자다. 
저 여잔 아무래도 술을 먹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조♡ 

한심한 녀석이다. 
뭘하다 왔는지 얼굴엔 개기름을 철철 흘리며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남긴 음식을 먹으면서도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는지... 
친구가 "사실 이 음식 얘가 거의 다 만들었어요." 하니까 
멋쩍은지 한다는 말이 "아...예..." 였다. 
좀 칭찬 해주면 누가 뭐라나... 
하여간 저 인간 하고 나랑은 타이밍이 안 맞는다니까. 
폭탄주가 몇 바퀴 돌더니 신랑신부한테 듀엣으로 노래를 시켰다. 
이것들이 술기운인지, 아주 서로 나긋나긋하게 쳐다보며 
"사랑의 대화" 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참자...죽기 전에 나도 저럴 날이 있겠지...!!! 
한두 사람이 한 곡조씩 더 뽑더니 
누군가 이 분위기 그대로 노래방으로 가자고 제의했다. 
자리를 옮길 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보니까 
전철 안에서 잠들었댄다...!!! 
도대체 이 인간은 뭘 믿고 이리 천하태평인지 모르겠다... ㅜ.ㅜ 

 
♠백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저 백조의 음식솜씨가 제법이었다. 
아무래도 실력이 나랑 막상막하일 것 같았다. 
하긴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 집안 일이라도 잘 해야지... 
친구들이 노래방에 가자니까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역시 아줌마들이 많아서 그런지 노는데 빼는게 없었다. 
젤 큰 룸을 잡고 맥주를 시켰다. 
모 노래방에 왔다는 것 보다는 노래와 춤이 자유로운 
술집에 온 거 같았다. -.- 
근데 신랑신부가 한참 놀더니 마이크를 잡고 그녀와 나를 불러냈다!! 
뭐 지네 부부 결혼하고 집들이 하는데 
젤 수고가 많대나 어쩌대나 하면서 
둘다 솔로인 사람끼리 노래 한 번 하랜다. 
"아~씨 됐어." 하니까 옆에서 박수치고 난리다 ㅜ.ㅜ 
그렇게 뻘쭉하게 둘이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섰다. 
 
♡백조♡ 

우...쩍팔려따... 
분위기에 떠밀려 놈과 마주서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근데 놈이 
"저겨, 듀엣곡 모 아시는 거 있어여?"하고 물어봤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나도 갑자기 생각나는게 없었다. 
글타고 놈과 "사랑의 대화"를 부르기도 뭐하고... 
놈이 뭔가 큰 결심을 한듯이 그럼 아무 노래나 부르란다. 
대신 자기는 옆에서 율동을 하겠다나... 
설마했다. 
이 인간은 주로 <전국 노래 자랑> 을 보나 보다. ㅠ.ㅠ 
무슨 괴상한 막춤을 몸을 배배 꼬며 추어댔다. 
그러면서 날 쳐다 보길래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잘 한다고 생각하는지 더욱 발광을 해 댔다. 
덕분에 나도 노래 부르다가 삑사리를 냈다. 

사람들은 뒤로 넘어가고 
몇 몇 친구들은 킥킥대며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ㅜ.ㅜ 
 
♠백수♠ 

아무래도 둘이 어설프게 듀엣을 하느니 
내가 망가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박상아의 <뮤지컬> 을 불렀다. 
노래도 절라 잘 했다. 
왠지 모든 면이 예뻐 보일라 그랬다. 
그래서 춤추다 눈이 마주칠 때 씩~ 웃었더니 
그녀도 날 보고 따라 웃었다. 
힘이 나서 더욱 미친듯이 망가져 줬다. 
사람들이 환상의 듀오라며 박수를 쳐줬다. 
뭐...이쯤이야...*^^V 
어쨌든 그럭저럭 즐거운 날이었다. 
분위기도 좋은 것 같고 해서 
노래방에서 나올 때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이번 일요일에 만나고 싶다고 이야길 했다. 
일요일이요...? 하더니 
한참을 머뭇 거렸다. 
씨...그문 그렇지... 
나 같은 백수가 여자는 무슨 놈의 여자람... ㅠ.ㅠ 

아니 저...바쁘시면 어쩔 수 엄구여...하며 돌아설 때 였다. 
몇 시에요? 하고 그녀가 물어왔다. 
대한독립 만세 였다!!! 
 
♡백조♡ 

노래방에서 나와서 
모두 흩어 지려 할 때였다. 
이 인간이 
"저기여, 일욜 날 영화 한 편 때리실 래여."하는 것이었다. 
수법도 클래식하긴... 
근데 하필...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오랜만에 보기로 한 날 이었다. 
에이, 이 인간은 백수가 하고 많은 날 중에 일요일이 뭐람... 
주중에 보면 안 되냐고 하려 했는데, 
이 인간이 그러면 어쩔수 없죠...라며 돌아서려 했다. 
하여간... 
그래갖구 여자를 어떻게 꼬실려구...그냥 그러자구 했다. 
애들이 갖은 욕을 할 상상이 밀려 들었다. 
일욜날...재미만 엄써봐라. 
넌 죽음이다. 

 
-5편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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