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오월이나,유월쯤
안개비 내리는 날,
조영남의 삽다리를 지나
먼지 풀풀나는 덕산을 지나
수덕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즈음 인적없는 산사의 색깔은
온통 연두색이었고
거기에 안개비까지..
수덕사는 조계종 총림중에 하나일정도로
큰절이지만,
그 보다는 한 비구니스님 때문에 더 알려졌지요.
일주문 앞에 한옥 여관"수덕여관"
한글 그림으로 유명한 이웅로화백이 주인이었지요,
아니,그가 버린 아내가 주인이었지요.
(이응로의 연하 여인 박인경은 아즉 살아계시나요?)
퇴락한 여관은 소설같은 사연이
주저리 주저리 열릴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더덕에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며 아련한 세월여행에
딱 좋은 곳이었지요.
김일엽,나혜석,이응로..
김,나씨 두여자의 행각은
모두 아시겠지요.
유교의 가부장적인 인습이 팽배했던 시절
파격적인 애정행각으로 유명한..
그 당시 그들의 극히 상식적이지 않은 행각으로
오늘의 여성이 탄생하게 되었다지요.
두 페미니스트는 아픔과 고통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 열매는 오늘의 우리 여성들이 달게 먹고 있습니당.
세상은 정제된 생각과 반듯한 모습의
사람들로는 발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인습을 과감히 떨쳐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발전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그대신
수많은 돌팔매는 각오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