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집에 들어가는데
집앞 곱창집 예쁘장한 아줌마가
배시시 웃으며 부른다.
엥,저 아줌마가 드뎌 나 한테 꼬리를...
가벼운 흥분 속에 들어선 곱창집.
작년 우연히 술좌석에서 합석했던
홀애비 경상도 아저씨가 반긴다.
울 딸 저녁 같이 먹자고 기다리는데...
가볍게 맥주나 한잔하고...
작년 이맘 때 비가 비실비실 내리던 날
단골집에 준수한 젊은 애를 데리고 와
합석했던 60이 다된 사람이다.
검은 얼굴에 깊게 팬 굵은 주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때 함께 온 젊은 애는 그 사람의 아들이었다.
해병대의장대를 제대하고 복학 준비 중이라는데
너무나 반듯한 놈이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아들 보내고...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았다.
20년 전 이혼한 아내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큰 아들의 결혼으로 사돈될 집이랑 상견례를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20년만에 전 부인을 만났나노라고...
5분만에 소리지르고 나왔는데
큰 아들은 전부인과 있고,
작은 아들이 쫓아나와 같이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곳에 왔다고...
20년이 지나 만났는데도 아직 앙금이 남았던 것 같다.
전부인을 안주삼아 쓴 소주를 마시는 그에게
참지 못하는 바른 말
"쌍방이져...
바람을 피운 건 나쁘지만 당신의 문제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진
두 홀애비들의 발광의 시간이 이어졌다.
피 끓는 30대에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아야 했을
그의 고달펏던 세월에,
핏덩이 딸얘 가슴에 품고 사는 내 슬픔에...
그 날이후
서너번 더 만나 술자리를 함께 했었는데
단골집이 문 닫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었다.
그리고 어제...
그는 이제는 익숙해질 수도 있는 외롬에
아직도 취약해서 저녁이면 이 술집 저 술집을
방황하는 것 같다.
아는 사람 없는 타향에서 그를 반겨주는 사람들은
예쁘장한 술집 아줌씨들...
외톨이 그에게 배시시 웃으며 이러저러 말 받아주면
그 아저씨 일수찍듯 매일 들러 매상 올려주고...
그런데 술집에 손님이 많다거나,
아니면 잘 빠진 놈이 나타나 아줌씨가 소홀히 대하면
예의 홀애비 심통이 발동되는 것 같다.
안주가 짜다거나, 맵다거나...ㅎㅎㅎ
어제 곱창잡에서도 지난번 한탕한 것 같았다.
"잘했슴다,나 같았으면 술집 박살내지,
아줌마! 그럼 안되지!!!"
어제 밤
그의 여리고 고운 심성에 얼룩진 상처때문에
또 12시를 넘기고...
오늘 하루종일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의
두통을 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