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홀애비 경상도 아저씨

신록1 2007. 6. 28. 20:09
      홀애비바람꽃
         
        어제 밤 집에 들어가는데 집앞 곱창집 예쁘장한 아줌마가 배시시 웃으며 부른다. 엥,저 아줌마가 드뎌 나 한테 꼬리를... 가벼운 흥분 속에 들어선 곱창집. 작년 우연히 술좌석에서 합석했던 홀애비 경상도 아저씨가 반긴다. 울 딸 저녁 같이 먹자고 기다리는데... 가볍게 맥주나 한잔하고... 작년 이맘 때 비가 비실비실 내리던 날 단골집에 준수한 젊은 애를 데리고 와 합석했던 60이 다된 사람이다. 검은 얼굴에 깊게 팬 굵은 주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때 함께 온 젊은 애는 그 사람의 아들이었다. 해병대의장대를 제대하고 복학 준비 중이라는데 너무나 반듯한 놈이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아들 보내고...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았다. 20년 전 이혼한 아내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큰 아들의 결혼으로 사돈될 집이랑 상견례를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20년만에 전 부인을 만났나노라고... 5분만에 소리지르고 나왔는데 큰 아들은 전부인과 있고, 작은 아들이 쫓아나와 같이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곳에 왔다고... 20년이 지나 만났는데도 아직 앙금이 남았던 것 같다. 전부인을 안주삼아 쓴 소주를 마시는 그에게 참지 못하는 바른 말 "쌍방이져... 바람을 피운 건 나쁘지만 당신의 문제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진 두 홀애비들의 발광의 시간이 이어졌다. 피 끓는 30대에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아야 했을 그의 고달펏던 세월에, 핏덩이 딸얘 가슴에 품고 사는 내 슬픔에... 그 날이후 서너번 더 만나 술자리를 함께 했었는데 단골집이 문 닫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었다. 그리고 어제... 그는 이제는 익숙해질 수도 있는 외롬에 아직도 취약해서 저녁이면 이 술집 저 술집을 방황하는 것 같다. 아는 사람 없는 타향에서 그를 반겨주는 사람들은 예쁘장한 술집 아줌씨들... 외톨이 그에게 배시시 웃으며 이러저러 말 받아주면 그 아저씨 일수찍듯 매일 들러 매상 올려주고... 그런데 술집에 손님이 많다거나, 아니면 잘 빠진 놈이 나타나 아줌씨가 소홀히 대하면 예의 홀애비 심통이 발동되는 것 같다. 안주가 짜다거나, 맵다거나...ㅎㅎㅎ 어제 곱창잡에서도 지난번 한탕한 것 같았다. "잘했슴다,나 같았으면 술집 박살내지, 아줌마! 그럼 안되지!!!" 어제 밤 그의 여리고 고운 심성에 얼룩진 상처때문에 또 12시를 넘기고... 오늘 하루종일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의 두통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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