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욜 오후3시가 넘은 시간, 산행을 위해 효자비 버스정류장에 내렸다.평일의 늦은시간, 한적한 코스의 북한산은 전혀 인적을 느낄 수 없었다.
효자리에서 사기막능선을 지나 깔딱고개를 오르면 시선을 사로잡는 늠름한 바위들,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절경이다.
평소에도 한적한 숨은벽능선의 늦은 시간은 사람의 흔적이 전혀없다.
다만 산행 시작부터 머리 위를 나는 헬기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그것이 작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은 잠시 후에 알았다.)
숨은벽 대슬램 앞에서야 겨우 젊은청년 서넛을 만났다. 작업복의 그들은 시신을 수습하는 인부였다. 방금 전 윗 바위에서 떨어진 사람을 수습하여 헬기를 기다리는 구급대원에게 인계하고 하산 중이라는... 그들에게 "오늘 산에서 만난 사람이 당신들 뿐이니 사진 한장..." 부탁하는 나를 황당하게 쳐다보고 찍어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하늘만 찍혔다.
샘터 및에서 대기하는 구급대원들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고 오르는 가파른 계곡길, 부러진 나무가지들과 핏자국을 외면하며 오른다. 호랑이 굴에서 바라본 숨은 벽의 뽀죽바위,저렇게 예쁜 바위에서 방금 전 한 생명이 떨어져 명을 다했다니...그의 명복을 빈다.
호랑이 굴에 들어서는 순간 꽉 낀 몸이 꼼짝을 못한다.ㅠㅠㅠ 전엔 베낭을 메고 널널하게 드나들던 곳이었는뎅... 작은 공간안에서의 필사의 몸부림 끝에 겨우 베낭을 벗고 벽에 기대어 숨을 돌렸다.
굴 속에서의 사투 끝에 바라보이는 경치는 천국을 보는 듯 했다.
이상하게 백운대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기에 정상에서 만난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다.
백운대에서 내려 본 석양의 만경대와 염초봉옆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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