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항로...

가을 노트

신록1 2009. 10. 9. 02:52
     
        
        가을 노트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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